인권위, 장애인 금전착취 및 학대 가한 시설장 검찰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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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30 16:41
국가가 장애인에게 지급하는 수급비를 챙겨 사적으로 사용한 한 비인가 장애인시설 시설장의 행태가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 2008년 4월 실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이 적용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장차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인권위가 비인가시설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인권위는 22일 오전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인천광역시 계양구에 소재한 비인가 장애인 시설 A시설장 최 모(54·남) 씨가 장애생활인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장애수당 등의 금전 4억여 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점이 장차법을 위반하고 형법상의 횡령 혐의로 판단해 검찰총장에게 고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 2001년 장애인비인가시설을 만들어 운영해 왔으며 20여 명의 장애인(지적·뇌병변·지체·발달 장애)과 함께 지내왔다. 최 씨는 외부 인력을 따로 고용하기보다 자신의 배우자와 자녀 두 명과 함께 이 시설을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인천 소재의 한 장애인단체 대표인 신 모 씨가 장애인의 금전착취 등에 대한 진정을 접수한 인권위는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최 씨가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개인통장과 도장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며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실이 확인됐다. 계양구청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계좌에 수급비를 입금하면 최 씨가 통장 20여 개를 들고 직접 수당을 받아오는 식이었다.
최 씨는 횡령한 장애인 수당을 배우자에게 주거나 자녀 교육비, 보험료, 법인업무비, 건축비, 변호사비, 양도소득세, 범칙금을 내는 식으로 사용했다. 이렇게 횡령한 금액이 지난 2008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1억 1천 3백만 원에 달하며, 회계 증빙자료가 없거나 사용 용도가 불명확한 금액은 3억 2천 4백만 원에 이른다.
최 씨는 이 기간 동안 수급비와 후원금, 입소비까지 약 4억 5천여만 원에 달하는 돈을 사용하면서도 그에 대한 지출내영과 증빙자료 등 회계 관련 자료를 대부분 갖추지 않았고, 보관하고 있는 회계 자료는 수입과 지출이 틀린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이번 조사가 장차법이 시행된 2008년을 4월을 기준으로 이루어진 만큼 시설이 만들어진 2001년부터 따질 경우 횡령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최 씨는 자신의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제공한 경우도 있었고, 유통기한이 지난 밀가루 등 음식재료를 보관하고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또 최 씨는 장애인 시설의 1층과 2층 사이에 출입문을 설치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해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도록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장애인 시설은 4층 규모로 한 층당 35~40평 규모다. 1층은 사무실로 사용하고 2, 3층이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생활공간이며 4층은 최 씨와 가족이 살고 있다.
의사소통과 행동조절이 안 되는 일부 지적장애 생활인의 경우 손과 허리를 천으로 묶은 사실도 정 모(18 남) 군을 통해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배대섭 장애차별조사과장은 "기저귀를 교체한다는 이유로 평소에 장애인을 묶어 놨다는 부분을 확인했다. 장애인은 죄인이 아니다. 이는 정말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정상훈 장애차별조사과 조사관은 "이번 장애인 금전착취 사건은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장차법이 적용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최경숙 장애차별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번 장애인 금전착취 및 괴롭힘 사건과 관련해 시설장인 최 씨를 검찰총장에 고발하는 한편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시행,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해줄 것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천광역시장과 계양구청장에 A 시설에 대한 폐쇄조치 등 행정조치를 권고하고, 최 씨가 지난 2008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2년 동안 횡령한 장애수당을 피해자들에게 반환할 것을 권고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