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불통 서울 교통약자 정책 '시끌'
권익위·법원, 장콜 이용제한 '차별' 인정
시·의회, 관련조례 개정 등 입법정비 '뒷짐'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서울시가 폐쇄적인 교통약자 정책 논란으로 또 시끄럽다. 장애인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의 이용제한을 고집하면서다. 정부와 사법부의 폭 넓은 해석에도 정작 시는 요지부동이다. 시 집행부와 의회 모두 관련조례 정비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팔·다리가 마비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 A(49)씨가 장애인콜택시(장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울시설공단에 시정권고 했다.
권익위는 “A씨는 사지마비 중증장애로 사실상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능하고, 2019년부터 공단의 장콜을 이용해 온 사람으로 그 이용을 제한할 만한 다른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실질적으로 장애인이 거동하지 못하는 상태인데도 장애가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장콜 이용을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장콜 이용범위 제한은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앞서 A씨는 지난 2020년 11월 공단에 장콜 이용을 신청했다가 퇴짜 맞았다. 현행법상 장콜 등 특별교통수단 이용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조례는 이용대상자를 장애 정도가 심한 보행상 장애인, 교통약자 동반 가족 및 보호자, 그 외 특별교통수단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 등으로 한정했다.
공단은 '이 기준에 A씨가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A씨가 보행상 중증장애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A씨 상지기능은 중증, 하지기능은 경증장애다. 그는 생후 10일께 낙상사고로 경추척수장애를 안게 됐다. 이 때 척수를 다쳐 팔, 다리를 움직이기 힘들어졌다.
권익위의 이번 시정권고는 사법부 판단과도 일치한다. 지난 1월 서울고법 민사9부(성지용 백숙종 유동균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을 상대로 낸 장애인 차별중지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뒤집었다.
당시 재판부는 “어느 부위 장애든 그 정도가 심하고 버스나 지하철 이용이 어렵다면 특별교통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교통약자법 입법 취지에 맞다”며 “보건복지부 고시의 장애인 판정기준을 봐도 ‘심한 보행상 장애’와 ‘심하지 않은 보행상 장애’를 구분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고 법령상 근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실제, 현행법상 보행상 장애의 경·중증 기준은 없다. 교통약자법과 장애인 판정기준 어디에도 없다.
이로써 장콜 이용제한 차별행위가 인정된 셈이다. 그러자 장애계도 장콜 이용기준의 합리적 개선을 촉구했다. 지체장애인 B씨는 “그동안 멀쩡히 장콜을 이용하던 사람을 명확한 기준도 없이 갑자기 이용을 막는 건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자 또 다른 폭력”이라며 “지금 정부가 출범 당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표방한 만큼 차별로 인한 부당한 피해사례 확산은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관계자도 “장콜 이용자 범위를 제한한 것이 차별행위라는 정부와 사법부 판단이 나온 이상, 시와 시의회는 당장 관련조례를 개정해 추가피해를 예방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지자체 등의 개선 노력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시와 의회 모두 관련 입법정비에 아직 미적대는 모습이다. 시의회가 올 들어 해당조례를 손 본건 두 차례다. 모두 장콜 등의 운영자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지난 3월 8일 제322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음주측정 전산시스템 구축과 운전자 음주측정을 의무화 하고, 특별교통수단 운영범위를 시 관내 및 경기도, 인천시로 하는 게 골자다. 이 때 장콜 등의 이용대상 범위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시 집행부도 입법정비에 미온적이긴 마찬가지다. 시 도시교통실 관계자는 “시는 장애인콜택시, 법인특장택시, 장애인바우처택시 등 다양한 장애인이동수단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면서도 “장콜 이용대상 기준은 향후 당정 및 장애계 등과 긴밀히 논의하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이용에 혼선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