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장애인탈시설 3년째 해법 못 찾아
관련조례 존폐 두고 장애계 양분돼 갈등 심화
탈시설 추진방식 오락가락하며 정책혼선 커져
서울시의회.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지방의회발 장애인 탈시설 논란이 또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관련조례 존폐를 두고 3년째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다. 그러자 무분별한 입법과 책임정치에 대한 비판이 다시 제기된다. 사회적 합의 없는 입법이 혼선과 갈등만 증폭시켰다는 지적이다.
15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서울시탈시설지원조례) 폐지조례안’을 입법예고 후 이의신청을 받고 있다.
이 폐지조례안은 지난 달 21일 주민 발의로 시의회에 제출됐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가 3만4천여 명 서명을 받아 청구했다. 관련법이 정한 주민조례청구요건에 따른 것이다. 주민조례발안법에 의해 서명자 2만5천명을 넘겨야 시의회 소관위 심사 후 본회의 심의·의결이 이뤄진다. 탈시설지원조례가 중증장애인 복지와 거주 환경을 악화시킨다는 게 청구 사유다.
애초 서울시탈시설지원조례는 2022년 6월 처음 제정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윤기 의원 대표발의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결과, 재석 의원 63명 중 찬성 54 기권 7 반대 2명이었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완전한 사회통합이 조례 제정 취지다. 결국, 장애인 각자 자유의사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자립생활이 골자다. 그러나, 중증장애인에겐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얘기다. 우선, 자발적 선택과 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본인 의사를 마땅히 확인할 방법도 없다.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구성을 보면 그 이유는 더 명확해진다. 복지부가 집계한 전국 장애인시설은 1천532곳, 거주인원은 2만7천946명이다. (2022년 12월 말 기준). 중증·지적장애인이 76.2%(2만1천309명)로 대부분이다.
앞선 조례폐지 주민발안이 나온 핵심 배경이기도 하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관계자는 “시설을 나온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온전히 녹아들어 완전한 자립을 이룰 것이라는 발상부터가 현실을 도외시한 안이하고 무분별한 처사”라며 “자신의 의사조차 제대로 표현 못하는 중증장애인들을 시설에서 나오게 만들어 자립을 강요할 게 아니라, 현재 거주 중인 시설 환경을 개선하고 더 발전시켜 전반적인 장애인 주거복지 향상을 꾀하는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반면, 현행 조례 유지를 주장하는 측 입장도 완강하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서울시탈시설지원조례는 서울시가 탈시설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 법적 근거이자 최후 보루다. 오세훈 시장은 폐지 조례안을 발의한 측과 담합해 탈시설 및 자립생활 권리 죽이기를 당장 중단하는 한편, 시의회도 해당 조례폐지안을 부결시켜 더 이상 장애계 갈라치기와 사회갈등 확산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양 쪽 모두 시 집행부와 시의회에 책임을 묻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와 시의회는 이제 와서 한 발 빼는 모습이다. 시 장애인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앞으로는 탈시설이 가능한 장애인은 탈시설을 추진하고, 의학·상식적으로 불가능하면 원치 않는 이들에게까지 강제적 탈시설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의회 중진 의원도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완전한 사회통합을 돕는 조례 제정 취지를 근간으로 하면서, 불필요한 사회갈등과 논란이 확산되지 않도록 각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입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시의회는 4월19일~5월3일 제323회 서울시의회 임시회를 열어 해당 조례폐지안 등 20여 건을 심의·표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