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짐짝' 취급하는 서울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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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짐짝' 취급하는 서울지하철

월간 새보람 0 1204

휠체어석·동행존 이용 대상에 여행가방 소지자 포함
교통약자 전용구역 취지 어긋나…개선요구에도 뒷짐만


서울지하철 2호선 등 일부 노선 객차의 교통약자 전용구역(휠체어석) 바닥에는 승객을 위한 안내 픽토그램이 부착돼 있다. 그 표지판에는 “휠체어, 유모차 이용자나 여행가방(캐리어) 소지자를 위한 자리”라고 돼 있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지하철 휠체어석에 짐짝을 올려놓고 자기는 좌석에 앉아서 이를 정당한 권리로 알고 휠체어가 들어와도 짐을 옮겨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사람들의 양식도 문제지만, 사실상 이를 방관 또는 유도하는 서울교통공사의 개념없는 안내가 더 큰 문제다.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를 캐리어 등 짐짝 같은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가? 교통약자에게는 모욕적이다. “교통약자 전용구역” 제도를 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또, 저출산이라는 재앙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육아는 가장 존중받아야 할 일인데 유아차를 이용하는 아기도 짐짝인가? 이는 아기의 엄마에게도 상처를 주는 것이다.

교통약자법에는 “도시철도차량의 10% 이상을 교통약자 전용구역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 시행령에는 “교통약자 전용구역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용공간을 2곳 이상 지정하도록”하는 규정도 있다.

또 그 법에는 교통약자를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물론 무거운 짐을 소지한 사람도 이동에 불편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열거내용의 성격상 열차에 휠체어석을 두도록 규정한 교통약자법에 의한 교통약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을 짐짝 취급하는 그러한 안내가 공공기관에서 자행되고 있다니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어이없는 행위에 대하여 작년 7월 한국장애인총연맹에서 장애인들 뜻을 모아 서울교통공사에 시정을 요구한 적이 있다. 그러나 , 당시 교통공사는 기 부착된 픽토그램 제거는 예산이 없어서 곤란하다고 회신했다. “우리가 뭘 잘 못 했냐?“식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시범사업을 통해 일부 노선 열차에 그런 표시를 한 만큼, 당초 계속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장애인 단체의 문제 제기가 있어서인지 확대는 중단한 것 같다. 그렇다면 픽토그램을 계속 확대할 예산은 있었고, 이동약자를 힘들게 하고 법취지에도 어긋나는 잘못된 표지판을 삭제할 예산은 없다는 말인가?

잘못된 게시물이 계속 존치함으로써 이에 대한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 즉, 그런 잘못을 시정하지 않고 그대로 둠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학습효과를 주어 그러한 표시가 없는 다른 열차의 휠체어석도 짐칸공용으로 인식하게 한다는 것이다.

휠체어 장애인 전윤선(53)씨가 겪은 일이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탔는데 휠체어석에 캐리어가 놓여 있길래 좌석에 앉아 있는 주인을 찾아 옮겨달라고 했다. 그러나 가방 주인은 “그 자리는 휠체어 손님이나 짐을 든 손님이 같이 사용하도록 돼 있지 않느냐?”라면서 옮겨주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기에 할 수 없이 내려서 다음 차량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처럼 근본적으로 잘못된 행위에 대한 시정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교통약자들에게 계속 상처를 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저해하는 것으로 법령에서 금지하는 장애인차별행위가 분명하다.

반면, 대구지하철의 경우 이와 반대로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이곳을 항상 비워둡시다”라는 안내표지가 붙어 있기도 하다. 이런 사례를 본받지는 못할망정 장애인을 짐으로 인식하다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서울지하철의 모든 열차도 휠체어석에 “이곳은 휠체어 및 유아차 이용자의 전용석이니 비워둡시다”라는 표지판을 부착해야 한다. 전면시행에 시간이 필요하다면 현재 잘못된 픽토그램이 부착된 곳이라도 먼저 그 위에 이러한 픽토그램을 덮어씌워서 잘못된 안내를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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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휠체어 장애인과 짐짝을 동일시하는 서울의 일부 지하철의 안내표지, ② 휠체어석에 짐을 올려둔 모습(좌석에 앉아서 소지할 수 있음에도 굳이 휠체어석 두고 옮겨주지 않았다.) ③ 픽토그램이 없는 휠체어석에도 짐을 올려둔 모습. ④ 지방의 다른 지하철에서 휠체어 전용석을 안내하는 픽토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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