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지체장애 딛고 서울대 합격한 이호성 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저를 업고 학교에 보내주신 외할아버지에게 보답하려고 공부에만 전념했어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부 정시모집에 합격한 경남 남해군 제일고등학교 3학년 이호성(19ㆍ지체장애 2급)군은 13일 합격 소감을 외할아버지에 대한 감사로 대신했다.
태어날 때부터 척추장애인 이 군은 하반신을 사용할 수 없다.
남해군에는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학교가 없어 이 군은 12살까지 남해읍의 집에서 혼자 공부했다.
13살때 남해읍 해양초등학교에 특수학급이 생겨 6학년으로 편입했다. 그러나 걸을 수 없는 이 군의 등·하교가 문제였다. 이 소식을 들은 외할아버지가 이 군의 등·하교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외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7시10분이면 자신의 승용차로 이 군을 태우고 학교에 갔다.
학교에 도착하면 이 군을 업고 교실로 데려가 자리에 앉혔고, 학교 일과가 마치면 집으로 데려다줬다.
이 군이 외할아버지 등에 업혀 등ㆍ하교한 기간은 초등학교 1년과 중ㆍ고등학교 3년씩을 합쳐 꼬박 7년이다.
제일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4층에 있어 이 군을 업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외할아버지의 온몸이 땀으로 젖기도 했다.
일흔세살 나이에 힘든 일이지만 외할아버지는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고 이 군은 소개했다.
외할아버지는 등에 업힌 이 군에게 '장애인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 좋은 직장을 갖고 강해져야 한다'며 공부에 대한 열정을 불러 일으켰다.
수년간 계속된 수고와 자상한 말에 이 군은 서울대에 꼭 합격해 외할아버지에게 보답하겠다고 결심했다.
학교 일과 중 식사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엔 책과 씨름했다.
집에서도 하루에 4~5시간만 잠을 자고 나머지 시간을 공부에 투자했다.
사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1~3학년 성적이 상위에 머물렀고 내신 1등급을 받았다.
이 군은 "외할아버지 등에 업혀 등ㆍ하교하면서 불편함을 많이 느꼈다"며 "사회과학부에서 공부한 뒤 저와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과 소외된 계층이 살아가는데 불편을 느끼지 않는 정책을 만드는 정책연구원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