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예비범죄자 낙인 유감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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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4 13:08
정신장애인 예비범죄자 낙인 유감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사는 공동체 만들어야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사는 공동체 만들어야
지난 달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과 관련해 한국사회의 정신장애인 혐오실태를 짚어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추진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6월 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관련 긴급 집담회-대한민국 정신장애인 인권의 현주소’ 토론회를 진행했다.
5월 17일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후 가해자가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며, 조현병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가 확대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강신명 경찰청장은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발표했다. 경찰청 측은 정신질환자의 범죄 방지를 위해 범죄 위험소지 정신질환자 판단 체크리스트 완성, 현장경찰관이 의뢰하면 의학적 판단을 거쳐 지자체장의 입원 요청, 당사자 퇴원 요구 시 거부 조치 적극 검토 등을 범죄 예방 대책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공동행동은 정신질환자를 예비 범죄자로 인식해 낙인을 찍는 경찰에 유감을 표했다. 특히 조현병 환자는 조기 진료가 중요한데,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으면 적극적으로 진단받기를 꺼려해 치료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정신질환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자료에는 “조절되지 않는 충동성으로 위험성을 보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공격성과 잠재적 범죄 성향이 나타나는 정신질환은 흔히 사이코패스로 불리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뿐”이라고 밝혔다. 2014년 경찰통계연보에서도 정신장애 범죄자 비율은 총 범죄자 중 0.4%에 불과했다.
토론회에서 한양대 의대 신영전 교수는 “이 사건을 정신장애인의 병적 사건으로 정의한다면 그가 사람을 죽인 이유로 들었던 ‘여성혐오’는 ‘병적 증상’이 돼 버린다. 이에 따라 여성혐오 관련 이슈는 힘이 떨어지고 정신장애 치료체계 미비가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며 정신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경찰의 발표나 대중매체의 보도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신영전 교수는 “사회문제를 개인의 질병 문제로 과도하게 축소하려는 지배 권력의 교묘함과 싸우며,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토론자인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정부는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가 아닌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발표함으로써 ‘여성혐오 사회체제에 대한 시민의 분노’를 정신장애인에게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이번 사건의 대안으로 남녀 화장실을 분리하는 공중화장실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데 그보다는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등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을 규제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비마이너 강혜민 기자는 5월 31일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신장애인 동료상담가로 활동하는 신석철 씨가 한 발언을 소개했다. 신 씨는 “조현병 진단을 받고 6차례나 입원했던 가해자가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가 있었다면 이렇게 되었을까? 정신장애인이 혐오 대상으로 남는 것과 함께 어울리며 사는 환경 중 어떤 것이 당사자와 사회에 더 좋을까?”하는 질문을 던진 바 있다. 강혜민 기자는 정신장애인을 치료 대상만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둔 신 씨의 발언을 존중하며,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재생산하는 언론에 경계심을 내비쳤다.
한편 공동행동 측은 성명서를 통해 “지금 필요한 것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마녀사냥이 아닌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가 더불어 살 수 있는 지역사회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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