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학회 창립 학술대회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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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학회 창립 학술대회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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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학회 창립 학술대회 첫걸음

“장애를 다양함의 일종으로 보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겠다”




“장애 관련 학문에서 장애인은 감정과 의지를 갖춘 개인이라기보다는 분류되고 관찰되는 대상일 때가 더 많았다. 이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장애를 다양함의 일종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이론과 모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한국장애학회 창립 학술대회에서 초대 학회장으로 선출된 대구대학교 조한진 교수가 이 같은 설립취지를 밝혔다.

5월 2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학, 누구와 더불어 무엇을 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 150여 명이 모여 장애학의 현황과 과제를 논의했다.

장애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에서 차별과 억압을 받아 왔기 때문에 장애에 관한 학문 역시 홀대받았다. 장애와 장애인에 관한 주제는 모든 학문에서 활발하게 다뤄진 적이 없었으며, 다뤄졌다 하더라도 특정인이나 특정 분야였다. 그 분야 역시 의학, 재활학, 사회복지학, 특수교육학 등에 한정됐고, 그 속에서 장애인은 수정되고 치료받아야 할 존재로 치부됐다. 장애학은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조한진 교수는 이 자리에서 한국장애학회의 지향점으로 ▲전통적 의료모델을 넘어 진보적인 연구·개입 패러다임을 채택할 것 ▲역사적 맥락에서 장애를 연구할 것 ▲문화, 예술, 사회학 등 다른 학문 분야의 접근법과 통합할 것 ▲장애인을 연구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 ▲학자와 전문직이 장애인의 세계에 어우러지도록 연구할 것을 밝혔다.

조 교수는 “한국장애학회가 장애 관련 서비스와 제도 면에서 이바지하고 궁극적으로 장애인과 협력해 이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장애학 연구를 활발하게 발전시켜 온 영국, 미국, 일본의 흐름을 각각 호남대학교 강민희 교수, 한국장애인개발원 전지혜 선임연구원, 광주대학교 정희경 교수가 소개했다.

영국의 장애학은 장애인당사자를 중심으로 사회의 차별을 읽고 분석하며 발전했다. 당사자를 제외한 비장애 전문가들의 독점 영역이었던 사회를 비판하고, 그 권위에 도전하는 사회운동 성격을 보였다. 초기에 차별 경험을 강조하는 연구내용을 학문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법 제도와 사회정책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면서 학술영역에서도 새로운 시도로서의 가치와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미국의 장애학은 1970~80년대 활발하게 일어난 소수자운동의 영향을 받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흑인 인권운동의 영향으로 그들의 저항전략이나 인권운동의 방식을 배워 사회통합 운동을 전개한 결과 1973년 재활법 개정을 얻어냈다. 이들의 운동은 법 제정과 함께 학문적으로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장애학은 기존의 의학과 사회복지, 특수교육 등 전문가 양성에 초점을 둔 학문에 장애관의 변화를 시도하는 학문적 변화운동으로 태동했다. 이후 장애학은 미국 전반에 영향을 미친 사조인 실용주의적 접근 방식을 따라 데이터에 근거한 연구 수행으로 발전했다. 또 개인주의와 자유주의 풍토와 밀접해 개인의 변화에 많은 관심을 두는 접근방식을 보이는 특이점도 있다.

전지혜 연구원은 “미국의 장애학은 저항성을 지키면서도 실용적 차원에서 보조공학기술 영역 등 다양한 분야와 연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한국의 장애학이 기존 학문과 어떤 융합을 해나갈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영국과 미국의 장애학이 장애인운동의 성장과 함께 발전해 왔지만, 일본의 장애학은 장애인운동과 일정한 시차를 두고 성장했다. 일본의 장애인운동은 1970년대부터 탈시설을 외치며 성장했지만, 장애인당사자의 연구가 부족해 그 성과를 장애학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그러다 1980년대 이후 대학에 진학한 장애인들이 영국과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장애학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일본 장애인운동이 장애학의 내용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고 일본의 장애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일본 장애학의 특징은 일본 장애인운동만이 주장하고 논의해 온 주제가 있다는 점이다. ‘장벽으로서의 가족-탈가족’, ‘능력주의’, ‘페미니즘과의 대립’, 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 끌려 다니는 현상을 비판한 ‘수족론’ 등이 있으며, 인문학적 연구가 증가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사회과학적 장애학에 가깝다.

정희경 교수는 “일본이 인문학적 장애학을 소외시켰다기보다는 장애학회에 인문학적 연구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고 볼 수 있다”며 “막 탄생한 우리나라의 장애학회는 인문학과 사회학의 균형 발전을 위해 각계의 적극적인 연구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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