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 월계관, 마르셀 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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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 월계관, 마르셀 훅

한국지체장애인협회 0 2258

 
[인터뷰]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 월계관, 마르셀 훅

“해 보기 전에 포기 말고, 도전하세요”




“만약 무엇에서 이기고 싶다면 100m를 뛰어라. 그러나 진정 무엇을 경험하고 싶다면 마라톤을 뛰어라.”
1952년 헬싱키올림픽의 마라톤 영웅 에밀 자토펙은 이렇게 말했다.
마라톤은 우리 인생과 닮았다고들 한다. 42.195㎞를 달리는 동안 여러 번 고비가 오고 또 지나간다. 제23회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서 몇 번이고 찾아온 고비를 넘기고 마침내 가장 먼저 결승점에 도달한 사람, 대회 최고기록(1시간 20분 52초) 보유자인 스위스의 마르셀 훅(Marcel Hug, 28) 선수를 만났다.

Q) 지난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소감은?
A) 서울은 좋은 기억이 많다. 지난 대회에 이어 이번 우승으로 2연패를 달성해 행복하다.

Q)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는데, 참가하게 된 계기는?
A) 서울 대회는 매우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대회이기 때문에 선수가 오직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대회를 선택할 때 코스도 중요한데, 서울은 레이스를 펼치기에 불편함이 없으며 안전하게 속도를 낼 수 있어 좋다.

Q) 이번 대회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A) 스위스에서 따뜻한 봄을 보내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집 근처에 둘레가 21km인 호수가 있는데, 주로 그곳을 돌며 훈련했다. 호수를 한두 번 도는데 오르막과 내리막이 섞여 있어서 마라톤 훈련에 좋다. 또 체육관 안에서는 상체운동을 집중적으로 한다. 일주일에 6일 정도 훈련을 한다.

Q) 42.195km에 달하는 풀마라톤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고 말할 정도로 힘든 종목이다. 마라톤을 시작한 계기는?
A)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다른 운동도 많이 해 봤는데 특히 육상에 끌렸다. 빠르게 달리는 동안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것이 시원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휠체어육상을 시작할 때 처음부터 마라톤을 하겠다고 마음먹지는 않았다. 42.195km는 너무 길지 않은가. 단거리부터 시작해서 늘려가는 재미가 있었다. 너무 버겁지 않게, 조금씩 더 긴 코스를 도전하면서 마침내 육상의 꽃인 마라톤에 도전할 수 있었다. 

Q) 마라톤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가족의 반응은?
A) 내가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가족이나 지인이 특별히 놀라거나 걱정하지는 않았다. 스위스에 다른 휠체어마라토너들이 있으므로 그들처럼 훈련하고 경기를 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부모님은 마라톤을 하면서 힘들어 하기도 하지만, 이겨내고 성취하는 아들을 보면서 더 좋아하셨다.

Q)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땐 없었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A) 낙천적인 성격이라 행복할 때가 많아서 그런 감정이 든 적은 별로 없다. 물론 훈련하다 보면 지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2~3일 정도 휴식한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휠체어마라톤이 내 직업이란 것을 상기시킨다. 내게 휠체어마라톤은 취미가 아니다. 직업을 갖고 일하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다 이겨내며 하는 것처럼 나도 지치더라도 당연히 해야 한다. 일하고 싶을 때만 하는 사람은 없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사람이 프로다.

Q) 마라톤을 하는 데 가장 힘이 되는 사람은?
A) 가족이다. 대회에서 우승하면 함께 기뻐하며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경기를 하다 보면 늘 1등을 할 수만은 없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우리 가족은 평소와 똑같이 나를 대한다. 조금 걱정하긴 하겠지만, 나를 믿기 때문에 티를 내지 않는다. 나는 그런 가족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힘을 낸다.

Q) 스위스에서 휠체어마라톤이 인기가 있는지?
A) 인기 있는 편은 아니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대회가 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참여하지는 않는다.

Q) 스위스에서 휠체어마라톤이 활성화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가 된 비결은?
A) 우선 난 신체적으로 긴 상체와 팔을 가지고 있어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또 훈련을 위한 훌륭한 시설과 스폰서, 좋은 코치들이 있기에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었다.

Q) 자국의 휠체어마라톤 활성화를 위해서 노력하는 점이 있다면?
A) 몇몇 주니어 선수들이 있는데 특히 소녀들이 많다. 정부 차원에서 주니어 선수들을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나도 참여해 돕고 있다. 앞으로도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Q) 훅 선수는 많은 스위스 주니어 선수들에게 롤모델일 것 같은데 본인의 롤모델은?
A) 스위스의 프로 테니스 선수인 로저 페더러다. 그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237주 연속 세계 랭킹 1위를 기록해 역대 최장 연속 랭킹 1위 기록을 세웠다. 그의 화려한 실력과 매너, 자기관리 능력까지 모두 존경한다.

Q) 훅 선수는 현재 세계 최고의 휠체어마라토너로 알려졌다. 자국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A) 가끔 도시를 돌아다니면 알아보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유명하진 않다. 누군가 인사하면 반갑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거울같이 코팅된 헬멧을 쓰고 빨리 달린다고, 스위스의 은색 탄환으로 부른다.

Q) 한국에도 휠체어마라토너가 많지 않다. 마라톤은 워낙 힘든 종목이라는 인식도 강한데, 시작을 망설이는 선수들에게 조언해 달라.
A) 우선, 트랙에서 짧은 거리를 연습하는 것이 좋다. 언제든 쉴 수 있고 많은 바퀴를 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 도로로 나가 5km, 10km… 점점 거리를 늘려가라. 나 자신도 풀 마라톤으로 훈련을 자주 하지는 않는다. 해 보기 전에 포기하지 말고, 충분히 준비해서 도전하라.

Q) 향후 계획은?
A) 가장 우선하는 목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장애인올림픽 우승이며,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도 우승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한국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나를 비롯해 참가한 모든 선수에게 큰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었다. 한국은 여러모로 좋은 기억이 많은 곳이다. 내년에도 참가해 좋은 경기 펼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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