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갈 곳 없는 성인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
[기 획]
갈 곳 없는 성인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
센터·시설로부터 외면···지자체는 예산 타령만

센터·시설로 부터 외면받는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회장인 이정욱 씨. 그녀는 중증중복뇌병변장애를 가진 고등학교 3학년 딸을 키우고 있다.
그녀는 아이의 졸업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중증중복뇌병변장애는 뇌병변장애와 함께 지적·지체·시각·청각·언어·자폐·섭식·수면 장애와 희귀 난치 질환 등을 중복으로 갖고 있는 장애다.
대부분 장애 정도가 심해 주간보호센터나 단기보호시설 등에서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의 입소를 반기지 않는다.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 돌봄을 위해서는 많은 인력을 배치해야 하지만 센터나 시설의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조기구에 의지해야 하는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의 특성상 센터나 시설의 공간이 협소하거나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건물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들은 학령기를 마치면 모든 활동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가끔 외출을 할뿐 무기력하게 집에 갇혀 생활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운이 좋아 센터나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도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다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한국뇌성마비복지회 부·울·경지회가 발표한 ‘부산지역 뇌성마비장애인 복지서비스 개발과 정책제안을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가 주간보호센터 입소를 희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주간보호센터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아예 받아주지 않아서(54.8%)’가 가장 많았고 ‘집 주변에 센터가 없어서(19.2%)’, ‘혼자 신변처리가 불가능하면 받아주지 않아서(12.5%)’가 뒤를 이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이정욱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종합 전담 시설과 뇌병변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복지 서비스 체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예산 타령만 할 뿐이다.
이 회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체육시설, 치료시설, 평생교육시설 등이 갖춰진 뇌병변장애인 종합지원센터를 마련해달라고 지자체에 요청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시설만 준비되어 있으면 프로그램 운영 지원은 얼마든지 해주겠고 했다”며 “시설을 마련할 돈이 있으면 우리가 왜 지자체에 이런 요청을 하겠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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