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송정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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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송정아 단장

한국지체장애인협회 0 3770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송정아 단장


“무대 위에서의 행복, 함께 느껴요”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송정아 단장.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일반 극단들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 속에서 13년 동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장애인 극단이 있다.

처음에는 소박한 장애인 연극 모임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문 극단으로 자리 잡은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한 건물 지하에 위치한 조그마한 연습실에서 송정아 단장을 만났다.

세상과 단절된 삶

1급 뇌병변장애인인 송정아 씨(42세).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장애판정을 받은 그녀는 하루 종일 집에 머무는 날이 많았다.

지금은 곳곳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못해 집을 나서면 그 순간부터 힘든 일의 연속이었다.

이에 학교와 집만을 오가며 살았고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꿈꿨지만 몸이 불편해 움직임이 빠르지 못하다 보니 취업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것과 단절된 삶을 살길 28년. 힘들어도 세상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느 순간 젊은 나이에 할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죠. 전동휠체어가 없어 수동휠체어를 타고 다녔는데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2km 정도 됐어요. 그래서 지나가던 분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싫을 때도 있었지만 그녀는 마음을 열고 세상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갔다.

우연히 서게 된 무대

조금씩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던 그녀는 장애인단체에서 일하게 됐다.

그러던 중 장애인들이 예전의 자신처럼 사회활동에 대한 욕구가 높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고민하다 2001년 연극 모임 ‘휠’을 만들었다.

“장애계 활동을 하면서 장애인들을 많이 만났는데 예전에 집에 갇혀 지내던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들을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모임을 결성했죠”

그녀는 연극을 선택한 이유로 1999년 우연히 서게 된 연극 무대에서의 쾌감을 꼽았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지만 무대 위에 올라 조명을 받는 순간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교회에서 대본도 쓰고 연기도 하게 됐어요. 정말 자신이 없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제가 살면서 가장 긴장됐던 순간 같아요(웃음).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자신감도 생기고 더 세상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됐죠. 이 경험이 ‘휠’을 만들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장애인이 주체가 되는 ‘휠’

연극을 사랑하는 중증장애인 30여명과 함께 시작한 ‘휠’. 처음에는 그녀가 일하던 장애인단체 에 소속돼 1년에 1~2회 공연을 했지만 점차 활동영역을 넓혀갔다. 2008년 비영리단체로 독립됐고 2009년에는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휠’은 장애인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극단을 모토로 삼아왔다.

“저희는 단원들이 직접 작품을 만들고 연기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장애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는 극단을 만들고 싶어요”

‘휠’ 단원들은 연극에 대한 큰 열정만큼 실력도 뛰어나다. 장애와 관계없이 이 사회와 자기 자신에게 인정받기 위해 꾸준히 수준 있는 작품을 연구하고 땀 흘려 연습한 결과다.

“사실 장애인이 공연을 한다고 하면 기대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공연 후 많은 분들이 놀라곤 하죠. 기존 장애인 공연이 학예회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배우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잊어버릴 만큼 배우의 연기에 빠져들어요. 그동안 ‘휠’의 공연을 보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각이 바뀌는 것을 많이 확인했어요”

무대에서 느끼는 행복

어느덧 설립 13년이 된 ‘휠’. 그동안 해온 공연만도 150여회가 넘는다.

오랫동안 극단을 이끌어 오다 보니 그녀는 극단의 장수 비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흐지부지 사라지는 장애인 극단이 많아요. 그나마 ‘휠’이 현존하는 장애인 극단 중 오래된 편에 속하죠. 그래서 운영에 대한 질문을 많이들 하시는데 제게도 운영은 늘 힘들어요(웃음).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죠”

장애인 예술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있긴 하지만 많지 않은데다 장애인은 매일 공연 하는 것이 힘들다 보니 수입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에 단원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녀는 연극인을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일단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무대 위에서 힘을 얻는 것처럼 그들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연극을 통해 장애인들이 움츠러들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13년이란 시간 동안 연극을 놓지 못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휠’과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어요”

휠체어를 타고 무대 위를 달리는 사람들. 이들이 문화의 중심에 서서 마음 놓고 꿈을 펼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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