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장애아동 가족의 돌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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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장애아동 가족의 돌봄 부담

한국지체장애인협회 0 3549


[기 획]


장애아동 가족의 돌봄 부담


부모들이 만든 긴급 돌봄터 눈길



장애아동 부모들이 직접 나서 만든 긴급 돌봄터 ‘나무와 열매’.



장애아동 부모의 고된 하루

이은성(가명, 43세) 씨는 9살 난 아들 곁을 한시도 떠날 수가 없다.

아들이 1급 중복장애(뇌병변·지적장애)를 갖고 있어 홀로 몸도 가눌 수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장애아 가족 양육 지원 서비스는 지원 대상이 아니어서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만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시간은 5시간에 불과하다.

게다가 주말에는 활동보조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아이가 중증장애다 보니 활동보조인들이 기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이가 학교에 가도 이 씨는 쉴 틈이 없다. 일반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점심식사를 돕기 위해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중증장애 아이들은 일일이 챙길 것이 많지만 일반학교는 인력이 부족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장애아 전문 돌봄 기관에 보내려고 했지만 적은 숫자에 비해 이용하려는 아이들은 많은 탓에 대기 시간이 길어 포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애아동 부모들의 생활은 자유롭지 못하다. 그야말로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빠는 돈 벌기에, 엄마는 아이 돌보기에 올인 할 수 밖에 없다. 맞벌이를 하다가도 한 명은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부딪치는 것이다.

연극배우가 꿈이었지만 아이가 장애판정을 받은 이후 연극을 그만뒀다고 털어놓는 이 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이의 장애도 속상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상실감에 괴로웠다며 장애아동 부모들이 힘든 부분 중 하나가 자아실현이라고 토로했다.

장애아동 부모들은 마음 놓고 아플 수도 없다. 이 씨는 죽을 만큼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가지 않는다.

평소 천척들의 경조사를 챙기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일은 생각도 할 수 없다.

해야 할 일도 마음 놓고 할 수 없어 하고 싶은 일은 꿈도 못 꾸는 것이 장애아동 부모들의 현실이다.

돌봄 지원 장애아 고작 4%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지난해 실시한 ‘장애아동 및 가족 실태조사’ 보고서는 이 씨와 같은 장애아동 부모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조사결과 장애아동의 주 양육자는 어머니가 91.2%로 돌봄 시간은 일일 평균 12시간, 주말이나 공휴일은 18시간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돌보느라 하지 못한 일은 가족들의 병원 치료나 간병이 가장 많았다.

또한 아이 양육으로 인해 느끼는 부모들의 부담은 5점 만점에 3.45점으로 나타났으며 정서적 부담이 가장 높았고 경제적 부담, 신체적 부담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지원 제도는 부모들을 더욱 한숨짓게 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사업들을 실시하고 있다.

장애아동을 위한 대표적인 서비스는 보건복지부의 ‘장애아 가족 양육 지원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장애아 가정을 찾아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전국 가구 평균소득 100% 이하인 만 18세 미만 1~3급 중증장애 아동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8월 초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올해 장애아 가족 양육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아동은 3천명.

1~3급 등록 장애아동 7000여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한 전국 등록 장애아동이 7만6천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약 4%만이 서비스를 받고 있는 꼴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아동 및 가족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장애아 가족 양육 지원 사업이 중증장애 아동을 둔 가족의 돌봄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키고 가족 안정성을 목적으로 한다면 재산자격기준의 완화를 통해 더 많은 중증장애 아동 가족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들이 만든 장애아동 돌봄터

장애아동 부모들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는 가운데 장애아동 부모들이 직접 만든 돌봄터가 눈길을 끈다.

서울시 성북구 길음역에 위치한 ‘나무와 열매’. 이곳은 장애아동 부모 8명이 모여 만든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급한 일이 생겨 장애아동을 돌볼 수 없을 때 맡길 수 있는 전국 최초 장애아동 긴급 돌봄 기관이다.

2012년 장애아동 부모들이 서로 고민을 나누다 장애아동 공동 돌봄터를 만들어보자는데 뜻을 모았다.

이들은 성북구가 주관한 성북협동조합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로부터 사회적 협동조합 인증을 받아 공간 임대 보증금과 사업비 등을 지원받고 지난 4월 개소하기에 이르렀다.

‘나무와 열매’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예약을 하면 주말에도 이용 가능하다.

그러나 최대 이용시간은 4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좀 더 많은 장애아동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또한 현재는 공간과 운영비 등의 문제로 중학생까지만 받고 있지만 앞으로 그 대상을 고등학생, 성인기까지 차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나무와 열매’ 장용빈 이사는 “장애아동 지원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활동보조인이 아파서 못나오거나 갑자기 일이 생기면 장애아동 부모들은 아이를 마땅히 맡길 곳이 없다”며 “이럴 때 ‘나무와 열매’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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