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보조기 신체의 일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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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보조기 신체의 일부 아니다?
근로복지공단, 의족 손상 근로자에 산재 불승인
전문가들, "의족 신체 일부로 봐야···"
1995년, 교통사고로 오른쪽 무릎 일부를 잃어 의족을 착용하게 된 절단장애인 양태범 씨(지체장애 3급).
김포공항에서 승객들의 짐을 옮겨주는 포터 일을 하던 그는 장애인이 된 후 육체적 노동이 어려워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 지인의 소개로 어렵사리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게 됐다.
장애인인 자신을 배려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에 양씨는 휴식시간도 마다하고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2010년 겨울, 아파트 주변 제설작업을 하다 미끄러져 부상을 입었다. 우측 의족도 손상됐다.
새 의족을 만들기 위해서는 1주일을 기다려야 했지만 결근할 수 없어 목발 등 모든 기구를 사용해 힘들게 1주일을 버텼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보험료를 내고 있으니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해 보호받아야 한다는 지인의 조언에 따라 복지공단 산재보험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보상 승인을 받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공단은 대퇴부 상처는 승인해주지만 손상된 우측 의족은 신체의 일부가 아니므로 보상 승인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의족 없이는 걸을 수도 없고 일도 할 수 없는 양 씨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양씨는 근로복지공단과의 법정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그러나 1심,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의족은 신체가 아니므로 부상의 범위에 포함시킬 수 없고 탈부착이 비교적 쉬우며 신체의 기능을 대체하지 않고 보조하는데 그쳐 신체의 일부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다.
양 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장애인 보조기가 신체의 일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 민주통합당 최동익 의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3월 27일 여의도 이룸센터 교육실에서 '장애인보조기 신체 일부 될 수 없는가'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장애인보조기를 신체의 일부로 봐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 씨의 소송을 돕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 조원희 변호사는 "원심판결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장애인차별법을 위반해 장애인 근로자와 비장애인 근로자를 차별하는 위법을 범했다"며 "의족을 착용해 신체의 완전성을 확보해 업무를 수행하다 의족이 파손되어 근로를 제공할 수 없게 된 경우와 비장애인이 생물학적 다리를 다쳐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그 어떤 차이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김윤태 교수는 "의지를 신체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의심할 의학자는 없을 것"이라며 "의지를 신체의 일부로 보지 않는 것은 인공심장을 신체의 일부로 보지 않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한서대학교 재활과학기술학과 김장환 교수도 "절단장애인이 의지를 착용하는 것은 없어진 신체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라며 "의지를 소실된 신체 부위를 보조하는 인공적 장치라기 보다 외관 및 기능을 대체하는 신체 일부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근로복지공단과 기나긴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양 씨는 토론회에 참석해 "멀쩡한 다리가 다치면 산재 처리가 되고 장애인에게 다리나 마찬가지인 의족이 손상되면 산재 처리가 되지 않는 현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의족 없이는 걷지도, 일을 할 수도 없는 입장에서 너무 서럽다"며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은 "의족을 착용하는 당사자로서 본인도 멀리 갈 일이 있을 때는 의족에 대한 걱정으로 매번 불안하다"며 "의족은 신체의 일부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또한 "장애인 보조기구에 대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긴 하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라며 "장애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좀 더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