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급여로 병원비 감당 못 한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하라"
2차 기초생활보장법종합계획에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계획'을 포함하라며 이형숙 활동가가 삭발식을 감행했다. ⓒ소셜포커스
60차 회의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개선' 위한 연구용역 진행하겠다" 발표
공동행동 측 "공약대로 '폐지' 계획 발표해라"
"평생 가족의 짐으로 살 수 없다"… 눈물의 삭발식도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2차 기초생활보장법종합계획을 마련하는 제61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가 오늘인 10일 세종시에서 열린다.
이에 '기초생활보장법 바로세우기 공동행동'과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적폐 폐지 공동행동'은 2차 종합계획에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한 계획을 포함하라고 촉구하며, 지난 7일 광화문 농성장에 모여 기자간담회와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형숙 활동가는 의료비 부담으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1주일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삭발식 내내 눈물을 흘렸다. 이형숙 활동가는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은 당연한데 의료급여로 '의료쇼핑'한다는 말은 가당치도 않다"며 "한평생 가족에게 짐으로 살지 않을 수 있도록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해달라"고 호소했다.
■ 폐지 아닌 '개선'?… "말장난에 불과".
지난 7일 광화문 농성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중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을 비롯한 발언자들이 '빈곤의 사슬'을 뜻하는 밧줄을 들어보이고 있다. ⓒ소셜포커스
지난 7월31일 있었던 중생보위 60차 회의에서 정부는 의료급여 기준에 대해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공동행동단체들은 "제목에는 '폐지'라고 달아놓고 '개선'하겠다고 말을 바꾸는 것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또다시 3년, 5년 뒤로 미루겠다는 말"이라며 반발했다.
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는 현 정부의 공약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직접 광화문 농성장을 찾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임기내 실행하겠다고 약속한 바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부는 주거급여, 생활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삭제했을 뿐 의료급여에 대해서는 공약과 달리 지지부진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7년 "주거급여, 의료급여, 생계급여 순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정책 질의서에 답변한 것과도 상이한 순서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박영아 변호사는 "생계급여는 암, 당뇨 등 고액의 의료비가 필요한 질병을 감당하기에 턱없는 금액이다"라며 "의료급여가 지급되지 않으면 저소득층은 또다시 빈곤과 의료보장 사각지대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국민 70% 이상 "노인 등 약자 부양은 사회의 몫"… 사회적합의 이미 이루어졌다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세종대왕상 위에 올라서 '부양의무자기준 완화로는 빈곤문제 해결할 수 없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소셜포커스
박영아 변호사는 "가족 부양이 온전히 가족의 몫이라는 가치관은 대가족 사회에서 유효했던 가치관"이라며 이를 공공수급에 적용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2년도에는 "가족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질문에 국민 72%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2018년에는 26.7%의 국민만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가족관계에 기반한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신청 시 취약계층들이 입는 정신적 상처도 상당하다.
현행 제도는 '개인의 빈곤'이 아닌 '가족의 재산'에 초점을 맞춰 수급 여부를 결정한다.
이미 십수년 전에 가족과 연을 끊고 거리를 떠돌며 천원 한 장 도움받지 못했어도 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급여를 받을 수 없다. 다시 되새기고 싶지 않은 폭력, 이혼, 가출 등 가정사를 자신의 입으로 밝혀 소명해야 하는 것이다.
홈리스행동 로즈마리 활동가는 "결핵치료를 받고 있던 한 홈리스에게 안정적인 주거환경이 필요해 수급자격 신청을 진행했는데, 공무원은 가족과 관계가 단절된 사유에 대해 아주 상세히 요구했다"며 "게다가 사유서를 받은 공무원은 서술한 내용이 사실인지 재차 묻고 또 물었다"고 한 사례를 밝혔다. 당사자는 "이렇게까지 해서 수급을 받아야 하냐"며 심사 과정이 가족에게 알려질까 걱정하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정부가 운운하는 국민적 동의,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가족이 아닌 나의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수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한 계획을 포함하라"고 강력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