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도 한국영화 자유롭게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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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도 한국영화 자유롭게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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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들이 한국영화에 자막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하며 오늘인 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셜포커스

800만 흥행작도 배리어프리판 상영은 고작 '72회'… 전체 상영횟수의 0.04%
지난해 제작된 배리어프리판, 전체 상영작 1/10 수준
이럴 거면 할인 왜 했나… "표값 아깝고 하루종일 기분 나빴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한국 영화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날로 높아져 가는 가운데, 자국민인 청각장애인들은 여전히 관람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을 비롯한 청각장애인 인권옹호단체는 6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달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영화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6000원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쿠폰을 110만 여 장 배포했다. 노인과 장애인에게는 4000원까지 할인 우대를 제공하는 지점도 있었다. 청각장애인들은 기대를 품고 영화관에 방문했으나 실망을 안고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청각장애인 당사자 윤정기 씨는 "표값이 아까웠다.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당시의 실망감을 드러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한글 자막에 이제 한국영화도 평상시에 볼 수 있으리라 기뻤던 것도 잠시, 자막은 이내 자취를 감췄다. 국적이 다른 동양인들이 영어로 나눈 대화를 번역했을 뿐이었다.

장애인 영화관람 지원 사업이 시행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자막이 제공되는 한국영화의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019년 국내 상영된 한국영화는 199편으로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이 제작된 영화는 30여 편에 불과하고, 상영 정보도 제대로 공지되지 않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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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작년 4월, CGV와 한국농아인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배리어프리판 영화 상영 정보를 게시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CGV 2015년, 한국농아인협회는 올 1월 이후 배리어프리판 영화 상영 정보를 공지하지 않았다. (출처=문화체육관광부 블로그)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해 4월부터 장애인 영화관람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하며, "CGV와 한국농아인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상영 일정을 게시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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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배리어프리, 가치봄 등 관련 단어를 검색했지만 배리어프리판 영화 상영 공지는 거의 전무했다. (출처=CGV 홈페이지)

하지만 CGV 홈페이지에 공지된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 정보는 2015년 6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한국농아인협회 홈페이지에도 올 1월 '백두산'과 '시동' 두 작품 이후 상영 정보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

진정인 이미경 씨는 "자막이 제공되는 영화는 일반 관객이 많지 않은 평일이나, 낮 시간에만 상영된다. 그것도 일부 상영관에서만 상영돼 대부분의 청각장애인들은 영화를 볼 수 없다"며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장애인도 자유롭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보편적 접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청각장애인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영화를 관람할 권리가 있는 관객이다. 장애인도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장애인, 비장애인간 관람권 향유의 격차는 흥행작일수록 더욱 크다. 관객 수 800만을 기록한 영화 '백두산' 일반판은 총 1천9백71개 상영관에서 17만4천3백20회 상영됐다. 반면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는 배리어프리판은 53개 상영관에서 72회 상영됐다. 일반판 상영 횟수의 0.04%에 그친다. 2017년 기준,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청각장애인 인구가 27만을 넘긴 것에 비해 터무니 없는 횟수다.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인 동서울장애인자립생할센터 오병철 소장도  힘을 실었다. 오 소장은 "시각, 청각장애인들은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할 수가 없다. 청각장애인들은 자막이 없으면 한국 영화를 못 보고, 시각장애인들은 더빙이 없으면 외국 영화를 못 본다"며 "정책이 개선돼서 시·청각 장애인들도 자유롭게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싶은 시간에 관람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대표는 "자막 제공을 의무로서 요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때문에 이번 진정은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근거로 제기됐다"며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 개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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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인 측은 한국 영화에 자막 상영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구했다. ⓒ소셜포커스

진정인들은 CGV에는 △한국영화의 50% 이상 자막을 제공할 것 △단게적으로 모든 영화에 자막 제공할 것 △자막제공 영화를 어느 상영관에서나 볼 수 있도록 할 것 △자막 제공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할 것을, 영화진흥위원회에는 △영화관 사업자가 상영되는 한국영화의 최소 50% 이상 자막을 제공할 것 △자막제공 영화를 상영관과 시간에 제약 없이 관람할 수 있는 규제 정책을 시행할 것을 요구하며 회견을 마쳤다.

출처 : 소셜포커스(SocialFocus)(http://www.social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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