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중등교사 합격한 시각장애 1급 강신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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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7 09:50

"학생들과 가깝고 친한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시각장애인이어서 오히려 그런 선생님이 되기 어렵기보다 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3월1일자로 신규 교사로 임용될 2012학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 최종합격자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강신혜(24·여)씨는 태어날 때부터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 1급 장애인이다.
상명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강씨는 지난해 처음 도전한 임용시험에서 아깝게도 3차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재도전한 결과 수십대 일에 달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두 번째 도전 만에 평생 꿈에 그리던 `교사'가 됐다.
강씨는 26일 합격 소감을 묻자 "축하받느라 정신없는데 아직 실감이 안난다. 합격 소식에 눈물이 나서 참느라 혼났다. 엄마랑 얼싸안고 울다가 웃다가 춤을 추다가 `광란의 도가니'였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가 교사를 꿈꾸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때부터.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너는 가르치는 데 소질있다'고 칭찬한 뒤부터 다른 꿈은 생각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사범대 진학을 목표로 삼았다.
시각장애 때문에 바깥에서 하는 취미 활동이 어렵자 어려서부터 책 읽기에 매진했고 `책벌레' `문학소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왕이면 좋아하는 과목을 가르치는 게 좋을 것 같아 `국어선생님'으로 꿈을 구체화했다.
시각장애 때문에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냐는 질문에 강씨는 "(시각장애인용) 책이나 자료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고 신간 자료가 나오면 다른 사람들은 곧바로 구해서 볼 수 있지만 저는 복지관에 맡겨서 음성 파일이나 점자로 완성될 때까지 기다려서 읽어야 했다"며 "공부할 때 아무래도 일반 사람에 비해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대중없이 공부했는데 시간을 정하기보다 양을 정해놓고 공부했다"며 "평일에 못한 부분이 있으면 주말에 더 채워가며 공부했고 일반인보다 느린 부분은 요령을 빨리 터득해서 극복해갔다"고 덧붙였다.
강씨에게 인생에서 가장 절망했던 순간은 작년 임용시험에서 낙방했을 때.
그는 "시각장애가 있으니까 더 이를 악물고 노력해서 성적도 좋게 유지하는 등 대학교 때까지 원하는 건 거의 다 얻으면서 만족하고 살았는데 제 인생에 재수라는 게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고 절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씨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강씨의 안내견 `미래'도 커다란 정신적 위안을 줬다고 한다.
강씨는 "한 길만 보고 왔는데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준비한 게 아까워서 이 길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절망감을 안겨줬던 인생의 첫 실패는 1년이 지난 지금 인생에서 좋은 경험이 됐다"고 했다.
그는 본인의 장점으로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고 잘 몰입하고 목소리가 밝다"는 점을 꼽으면서 "제가 시각장애인이라 저를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업을 잘하고 능력 있고 질문에도 잘 대답해주고 열린 마음을 가진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사회에 나가서 일일이 모든 걸 해 달라고 해서는 안 되고 새로운 환경에 맞춰서 내가 적응해야 한다"며 "판서가 불가능한 점은 내가 미리 파워포인트 수업자료를 준비하는 등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