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휠체어 마라톤은 내게 큰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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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휠체어 마라톤은 내게 큰 선물"

한국지체장애인협회 0 3646
[인물]


“휠체어 마라톤은 내게 큰 선물”
 



국내 유일의 여성 휠체어 마라토너 김수민


역경 속 끊임없는 그녀의 도전



지난 5월 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서 열린 ‘제22회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서 유독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국내 첫 여성 휠체어 마라토너’, 현재는 ‘국내 유일의 여성 휠체어 마라토너’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김수민(26세) 선수다.

2011년, 2012년 열린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서 두 차례나 하프 마라톤 우승을 차지했던 그녀가 올해는 처음으로 풀 마라톤에 출전, 완주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여성 선수가 풀 마라톤을 완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여성 휠체어 마라톤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김수민 선수. 그녀를 만나봤다.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던 소녀

“김수민 씨는 이제 걸을 수 없습니다”
2005년, 건물 4층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김수민 선수가 수술 직후 의사로부터 들은 첫 마디다. 그 당시 그녀 나이 열아홉. 청천벽력 같은 의사의 말에 눈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금방 털고 일어났다. “장애 판정을 받고 엄마 아빠한테 사흘만 울겠다고 말했어요. 정말 사흘 동안 펑펑 울었죠. 그리고는 바로 현실을 받아들였어요”어떻게 그렇게 빨리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냐는 질문에 “제 성격이 원래 그래요”라며 웃어 보이는 환한 얼굴에서 그녀의 긍정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사고를 당하기 전 그녀의 장래희망은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래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 바이올린을 전공했지만 장애인이 된 후에는 마음처럼 실력 발휘가 되지 않았다.
결국 대학 입학은 물론 바이올리니스트의 꿈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운명처럼 다가온 휠체어 마라톤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포기하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중 재활원 식당에서 우연히 지금의 휠체어 마라톤 국가대표팀 박정호 코치를 만났다.
“재활원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밥을 먹고 있는 사람이 눈에 띄었어요. 왜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봤더니 휠체어 육상을 한다면서 명함을 주는데 그 명함에 휠체어를 타고 달리는 사진이 있었어요. 순간 이거다 싶더군요. 휠체어 마라톤을 통해 다시 걷고 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좋았어요. 휠체어 마라톤은 내게 큰 선물이죠.”
박 코치와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사고를 당한지 약 여섯 달 만에 휠체어 마라토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운명처럼 국내 최초의 여성 휠체어 마라토너가 됐다.
고향인 창원을 떠나 서울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첫 출발은 좋았다. 국내 최초의 여성 휠체어 마라토너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소속팀까지 있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중간 중간 위기도 있었지만 잘 버텨냈다.

역경 속에서 일궈낸 성과

그러나 그것도 잠시. 크고 작은 집안 문제가 계속되면서 더는 운동에만 전념하기가 힘들어졌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들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집안 문제로 소속팀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 때부터 고난의 연속이었죠. 혼자 돈을 벌며 운동을 해야 하니까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소속팀에서 나온 후 휠체어 구입 자금을 모으는데 3년이나 걸렸습니다”
대회 출전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자비로 충당해야 했던 그녀는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라이브 바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컬 레슨, 인터넷 영업 등을 하기도 했다.
“돈을 벌지 않으면 대회에 출전할 수가 없어요. 저 뿐만 아니라 국내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비로 운동을 하고 있죠. 바람이라면 앞으로는 선수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과 운동을 병행하면서도 그녀는 마라톤에 대한 열정으로 2011년, 2012년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 하프 마라톤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고 2012년 호주 대회에서도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끊임없는 도전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승승장구 하는 듯 했지만 최근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김수민 선수. 고된 생활에 부상까지 겹치면서 슬럼프가 찾아왔다.
“돈을 벌면서 운동해야하는 상황에서 아프기까지 하니까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운동을 그만두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은 운동이란 생각이 들었죠. 짧은 시간이지만 운동을 포기할까 고민하던 그 시간이 너무 후회스럽더라고요”
슬럼프에 빠졌던 것도 잠시, 금세 긍정적인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그녀는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줄곧 하프 마라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오다 처음으로 풀 마라톤에 출전한 것이다.
“부상과 함께 제 마음도 조금 느슨해졌던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저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싶어서 풀 마라톤에 도전하게 됐죠”
그녀는 세 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2시간 32분 54초로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갈 생각이다.
“기록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완주했다는데 만족해요.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요. 풀 마라톤에서 우승하는 그 날까지 계속 도전할거에요”
힘든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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