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이용 장애인, “빼앗긴 우리 시간 돌려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장애계뉴스

알림마당

  >   알림마당   >   장애계뉴스
장애계뉴스

휠체어 이용 장애인, “빼앗긴 우리 시간 돌려주세요”

한국지체장애인협회 0 5143
 


휠체어 이용 장애인,


“빼앗긴 우리 시간 돌려주세요



지하철 6개역 이동 소요시간 비장애인의 2.5배


승강기 없어 리프트 이용···열차와 승강장의 단차도 문제



장애인에겐 두렵고 무섭기만 한 지하철

회사원 김태현(남, 35) 씨. 그는 업무차 중요한 미팅이 있는 날은 항상 지하철을 이용한다.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서 지하철을 타면 대부분 예상 도착시간이랑 맞아 떨어져요. 그래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지하철을 타요”
대학원생 강은아(여, 28) 씨도 대중교통 가운데 지하철을 선호하는 편이다.
“지하철을 타면 교통체증 걱정할 필요가 없잖아요. 빨리 빨리 이동할 수 있어서 주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요”
이렇듯 신속성, 정확성이 장점인 지하철. 그러나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에게 지하철은 불편하고 두려운 대상일 뿐이다. 미비한 장애인 이동 편의시설 때문이다.
뇌병변장애 1급인 황인현(남, 43) 씨는 지각이 일상이다.
“지하철 환승이 필요하지 않은 구간도 승강기가 없는 역이 있으면 2~3번 환승하곤 해요. 승강기가 없는 역에는 휠체어 리프트가 있지만 고장나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보니까 약속시간에 늦는 일은 뭐 이젠 그러려니 해요”
뇌병변장애 1급인 이승연(여, 41) 씨 역시 지하철역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다반사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끼리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휠체어 리프트는 한 대인데 여러 명이 타야 하니까 한없이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모든 역에 승강기를 설치해줬으면 좋겠어요”


비장애인 보다 3.5배 긴 장애인 지하철 환승시간

이렇게 지하철 이용에 많은 불편을 겪고 있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8월 16일 오후 광화문역에 모였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마련한 지하철역 내 승강기 설치를 촉구하는 퍼포먼스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날 퍼포먼스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을 출발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 혜화역 노들야학까지 총 6정거장의 지하철 이동시간을 비교하는 체험으로 진행됐다.
3시 44분 비장애인 양유진(여, 27) 씨와 홍성정(남, 47) 씨가, 3시 54분 휠체어 이용 장애인 이준수(중복장애 2급, 남, 33) 씨와 이병기(지체장애 1급, 남, 48) 씨가 각각 조를 이뤄 광화문역을 출발했다.
그 결과 비장애인 조는 목적지인 혜화역까지 30분 만에 도착한 반면 휠체어 이용 장애인 조는 총 1시간 15분이 소요됐다.
총 소요 시간 가운데 순수하게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시간은 비장애인 조와 휠체어 이용 장애인 조 모두 광화문역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혜화역까지 각각 6분, 총 12분으로 동일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시간을 뺀 두 조의 환승·대기 시간을 계산해 보면 비장애인은 18분,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63분으로 무려 3.5배의 시간 차이를 보였다.
이날은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것을 알고 역무원들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지만 평소에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역무원을 호출해 기다리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이들의 환승 대기시간은 더 길다고 할 수 있다.


멀고도 험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외출길

광화문역에서 혜화역에 위치한 노들야학까지 휠체어 이용 장애인 조를 동행해본 결과 장애인들의 여정은 멀고도 험했다.
광화문역에서 혜화역까지 비장애인은 걷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한 것과 달리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휠체어 리프트를 4번, 승강기를 2번 탑승해야 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태우고 높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휠체어 리프트는 아슬아슬해 보였고 속도는 매우 느렸다.
휠체어 리프트에 올라 이동하던 이준수(남, 33) 씨는 “휠체어 리프트가 너무 느리기도 하고 계단이 많아 무섭다”며 “사고 영상을 많이 봤었는데 조금이라도 덜컹거리면 떨어질 거 같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휠체어 리프트가 작동하며 음악 소리가 나자 이 씨는 “음악 소리가 좋게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휠체어 리프트 작동을 알리는 신호지만 다들 쳐다보니까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승강기가 있다고 빨리 이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일반 승객과 함께 휠체어 이용 장애인 한 명이 탑승하면 꽉 차 또 다른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다음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한편 열차에 탑승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역무원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열차와 승강장과의 높은 단차로 인해 휠체어가 뒤로 넘어갈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임영희 활동가는 “퍼포먼스를 통해 확인한 것처럼 승강기가 없는 지하철역에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사고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서울 지하철의 안전대책 마련과 환승시설 설치를 촉구하는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