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죽음 부른 장애등급제
중증장애인 죽음 부른 장애등급제
‘故 송국현 씨 추모결의대회’에 참석한 장애인들.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한 중증장애인이 화재 현장에서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4월 13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장애인 자립생활 체험홈에서 화재가 발생해 3급 장애인 송국현 씨가 양쪽 팔과 다리, 얼굴에 3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다 17일 끝내 숨을 거뒀다.
송 씨는 언어장애와 뇌병변장애로 의사소통이 힘들고 거동도 불편해 혼자 힘으로 불길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부터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거주해오던 송 씨는 지난해 10월 시설을 나와 자립생활을 시작했고 거동이 불편한 탓에 활동지원서비스가 절실했다.
하지만 3급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어 활동지원서비스 신청이 불가했다. 현재 활동지원서비스는 1, 2급 장애인들에게만 제공되고 있다.
이에 송 씨는 국민연금공단에 장애등급 재심사를 요청했지만 지난 2월 기존과 같은 3급 판정을 받았다.
사고 발생 3일 전에는 국민연금공단에 장애등급 이의신청도 시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동지 장례위원회’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4월 19일 보신각에서 추모결의대회를 열고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가 송 씨를 죽였다”며 “이러한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활동지원제도의 장애등급 제한을 즉각 폐지하고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의 구체적 계획, 시설에서 퇴소한 장애인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요구가 관철될 때 까지 고인의 장례식을 무기한 연기하고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추모결의대회에서는 장애등급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들이 광화문 지하에서 추위와 더위를 이겨가며 장애등급제 폐지를 외쳐왔지만 정부는 듣지도 않다가 안타까운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자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정부는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이 아니라 완전하게, 깨끗하게 폐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도 “자립생활의 꿈을 안고 시설에서 나왔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떠난 고인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보건복지부로부터 책임 있는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고인을 떠나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추모결의대회가 끝난 후 장애인들은 마로니에 공원까지 추모행진을 벌이고 오후 7시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또한 이들은 추모결의대회 다음날인 20일부터는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 집 앞에서 문 장관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며 무기한 촛불집회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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