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장애 학생들의 고민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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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장애 학생들의 고민 해결사

한국지체장애인협회 0 3805


[인물]




장애 학생들의 고민 해결사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형수 사무국장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형수 사무국장.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장애 학생들 사이에서 고민 해결사로 통하는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형수 사무국장(40).

대학교 장애인 특례 입학제도 1세대인 그에게 장애 학생들은 다양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단골 상담 주제는 입시, 취업, 연애. 김 사무국장은 장애 학생들에게 “진로를 선택할 때는 장애를 떠나 본인이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사랑을 하고 싶다면 열심히 ‘썸’을 타라”고 조언했다.

열악했던 장애 학생 교육환경

뇌병변장애 2급인 김형수 사무국장은 장애인 특례 입학제도가 처음 생긴 1995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캠퍼스 생활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너무나 열악했기 때문이다.

“당시 학교에는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 등 장애 학생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았어요. 장애 학생들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음식을 서빙해주는 교수식당 뿐이었죠. 하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친한 친구가 계단에서 구르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어요”

이러한 현실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뜻이 맞는 친구들과 장애인권동아리 ‘게르니카’를 만들어 장애 학우들의 교육권 확보와 인권 보장을 위한 일에 앞장섰다.

그리고 뜻하진 않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계속해서 장애 학생들을 위해 일하게 됐다.

“사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단순히 장애인 복지나 장애인 인권 관련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았어요. 글 쓰는 것을 좋아했고 시인이 되고 싶어 국어국문과를 선택하기도 했죠. 그런데 대학교를 졸업하고 장애 학생 운동에서 손을 떼려니 그동안 쌓은 노하우가 아깝더라고요”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의 무장애 대학 만들기 운동에 참여했다.

장애 학생 지원 단체 설립

무장애 대학 만들기 운동을 펼치던 그는 일본 장애 학생들과 교류하며 일본에 장애 학생들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단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런 단체가 없었다. 이에 그는 2003년,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를 설립했다.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의 목표는 장애 학생들이 대학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장애 학생들을 위한 입시 자료집이 부족해요. 매년 입시 제도가 바뀌기도 하고 장애인 입시 제도에 대해 잘 모르는 교사도 있어요”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는 장애 학생들의 입시 상담을 주로 하고 있다. 특히 다른 곳에서 도움을 받기 힘든 발달장애, 자폐성장애, 중증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

“학교 선택에서부터 자기소개서 쓰기, 면접시험 준비 등 장애 학생들의 대학 입학을 총체적으로 돕고 있어요. 전국 대학의 장애 학생들과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어서 상담하러 온 학생에게 가고자 하는 대학에 실제 재학 중인 장애 학생을 소개해 주기도 해요. 일종의 멘토링 서비스죠”

김 사무국장은 상담비를 받지 않는다. 상담이 유료화 되면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가 상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을 지키는 직원도 김 사무국장 한 명이나 다름없다.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지원이 필요할 땐 회원들의 도움을 받는다. 사안에 따라 시민단체와 연계해 일을 진행하기도 한다.

‘장애’에 대한 두려움이 문제

장애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김 사무국장은 입시 외에 취업, 연애 상담도 자주 한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에 도전조차 하지 않는 장애 학생들에게 그는 장애에 대한 걱정은 접어 두고 자신의 에너지를 투자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진로를 결정할 때는 고민의 포인트를 장애에 두지 말고 자신이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되요. 장애인도 토목공학과를 갈 수 있고 축구 전문 기자가 될 수 있어요. 장애인이 많이 선택하지 않는 학과나 직종이 오히려 미래가 밝을 수 있죠”

그는 사회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는 비장애인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을 이해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도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사회생활은 비장애인과 함께 하는 거잖아요. 비장애인을 이해해야 같이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편 연애 상담을 해오는 장애 학생들에게는 두려움을 버리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장애인이 연애를 못하는 이유는 일단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자신의 장애에 대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다 소개팅이 들어와도 나가지 않죠. 나가야 되요. 작업을 해야죠. 열심히 ‘썸’을 타야 됩니다(웃음)”

장애 학생 향한 무한한 애정

하루의 대부분을 장애 학생 상담을 위해 보내는 그에게는 어떤 걱정거리가 있을까.

본인의 고민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언제까지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를 운영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뜻밖의 대답을 내놨다.

“평소 장애 학생들과 대화하기 위해 잡지도 보고 TV도 열심히 봐요. 근데 아무리 제가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를 다 외워도 이제 40대 이다 보니 장애 학생들에게 제가 선생님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50대에 장애 학생들을 만나서 연애 상담을 해주는 건 좀 힘들지 않을까요(웃음)”

평소 장애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트렌드를 익히려고 노력하지만 연령대의 한계를 느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50대가 되기 전에는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를 누군가에게 넘겨주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저는 어릴 적 꿈이었던 글 쓰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근데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를 넘겨줄 때 저의 노하우를 어떻게 전달해줄지 고민이에요”

가까운 미래에는 어릴 적 꿈꾸던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면서도 이내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를 걱정하는 그의 모습에서 장애 학생들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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