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멍투성이 시설거주인 의문사…학대 의혹 제기
피멍투성이 시설거주인 의문사…학대 의혹 제기
대책위, 정부에 진상규명 요구
광화문역에 차려진 시설거주인 이 모 씨의 분향소.
지난 1월 28일, 온몸에 피멍이 든 채로 병원에 실려 왔던 장애인시설 거주인이 사망했다. 유족과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시설의 학대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가 진상규명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 사건은 인천 해바라기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인 이 모(29세·지적장애1급)씨가 지난 해 12월 25일 시설에서 의식을 잃고 경기도 시흥 시화병원에 후송되며 알려졌다. 입원 당시 오른쪽 눈과 몸, 옆구리, 허벅지 안쪽, 정강이, 발등 등 전신에 원인 불명의 피멍이 든 상태였다. 이 씨는 병상에서 35일간 사투를 벌인 끝에 좌측 두부 경막하출혈(뇌를 둘러싼 경막 안에서 외부 충격 등으로 혈관이 파열돼 출혈이 일어난 것)로 사망했다.
시설의 폭행 의혹을 제기한 가족에게 돌아온 답변은 이 씨가 단순히 넘어져서 다쳤다는 것. 이에 유족은 인천 지역 장애인 단체들로 구성된 ‘인천 해바라기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인 진상규명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결성해 의문사 진상규명에 나섰다.
대책위는 2월 2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 씨가 입원할 당시 일반적으로 넘어져서 생길 수 없는 부위까지 전신에 피멍이 있었다는 것. 또 고인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차례나 병원 진료를 받을 만큼 빈번하게 부상을 당했음에도 시설에서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적절한 보호 조치로부터 고인을 방임한 의혹도 제기했다.
따라서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가 나서 폭행, 안전조치 방임 등 제기된 여러 의문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조사해 달라고 밝혔다.
또 대책위는 이번 사건이 “정부의 시설 중심 장애인 정책이 만든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하며, 시설 중심 장애인 정책을 폐기하고 탈시설 정책과 제도를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서 2월 24일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장에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이 진입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복지부가 이 씨의 의문사 진상 조사에 나서 주기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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