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안전불감에 장애인 '질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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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안전불감에 장애인 '질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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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순찰차에서 3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 

해당 경찰 "차량 안 2회 확인" 거짓진술 의혹도

순찰차 사이렌등.순찰차 사이렌등. ⓒ연합뉴스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경찰 부주의로 40대 지적장애인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36시간 순찰차에 갇혀 폭염과 사투를 벌이다 참변을 당했다. 당시 근무자는 차량 확인 등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차량 블랙박스와 엇갈린 진술로 진실공방 중이다. 일각에선 당장 책임을 피하려고 딴전 피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경찰의 안전불감증 비판이 다시 제기된다. 

 

20일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적장애 2급의 40대 여성 A씨는 지난 16일 오전 2시께 하동경찰서 진교파출소에 세워져 있던 순찰차에 혼자 들어갔다가 다음 날 오후 2시께 차량 뒷자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A씨 가족은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17일 오전 11시께 경찰에 가출 신고했다. 이후 경찰이 출동을 위해 순찰차 문을 열었다가 A씨를 발견했다.

 

당시 A씨는 자기 힘으론 차량 밖으로 나올수 없었다. 검거 용의자 도주 방지를 위한 차량 구조때문이다. 순찰차는 뒷자리에 손잡이가 없어 안에선 문을 열 수 없다. 차량 앞·뒷자리 역시 칸막이로 막혀 앞으로 넘어갈 수 없다. 

 

살인적 더위 속 36시간 꼼짝없이 갇혔던 셈이다. 하동군엔 지난달 23일부터 폭염 경보가 발령 중이다. 폭염경보는 체감온도 35도가 이틀 이상 예상되면 내린다. A씨가 발견된 시각 이 지역 기온은 34도였다. 전문가도 일단 사망원인을 고체온증으로 봤다. 사고 직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차 부검 결과 외상이나 장기 손상 등이 없어 고체온증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냈다.

 

특히, 경찰은 36시간 지나도록 A씨 존재를 몰랐다. 하루 두 번씩 하는 근무교대 때도 알아채지 못했다. 진교파출소의 경우, 4명이 1개조로 총 4개조 16명이 주·야 2교대로 일한다. 교대시간은 매일 오전 8~9시와 오후 8~9시다.

 

이 때 교대 근무자는 장비 작동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경찰청 훈령인 경찰장비관리규칙에서 규정한 의무사항이다. 이 규칙엔 ‘근무 교대 시 전임 근무자는 차량 청결 상태와 차량 내 음주측정기 등을 비롯한 각종 장비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한 후 다음 근무자에게 인계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차량 주·정차 시 차량 문을 닫고, 주행 기록도 매일 확인해 기록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12시간마다 순찰차를 확인하게 돼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A씨는 한참 뒤인 36시간 지나서야 확인됐다. 주·야 근무교대 3차례 하면서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16일 오전 2시께 A씨가 순찰차에 들어간 뒤인 이날 오전 8시와 오후 8시, 다음날 오전 8시 등 총 3번의 기회가 있었다. 이 때 차 안을 제대로 살폈어도 A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시 근무자들도 이런 매뉴얼을 지켰다고 했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차량 운행 기록을 2번 확인했지만, A씨가 뒷좌석에 있어 미처 보지 못했다고”고 진술했다. 근무 교대 때마다 시동을 걸어 주행거리를 확인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A씨가 탄 순찰차 블랙박스는 15일 오후 4시56분 이후 꺼져 있었다. 이 때부터 A씨가 발견된 17일 오후 2시께까지 한 번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블랙박스는 차 시동을 켜야 비로소 자동녹화가 시작된다.

 

앞선 경찰관 주장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경남청 관계자도 “당시 근무자들은 차량 운행기록을 확인했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여부는 다시 면밀히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경찰의 장애인식·안전불감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최근 기승을 부리는 폭염과 맞물려 비판이 거세다.

 

박종철 공주대 지리학과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폭염에 대비한 사회정책에서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걸 재차 확인했다”며 “장애인은 폭염을 피하기 위한 에너지 사용 등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고, 재난정보 접근도 쉽지 않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실제, 박종철 교수 연구팀이 지난 2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장애인의 폭염 상대위험도는 5.305로 비장애인(3.095)보다 1.7배 높다. 이 수치는 2011~2020년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 국내 주요 도시 7곳의 온열질환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계산했다.

 

지역 장애계도 경찰의 안전불감증을 심각하게 봤다. 한 시민활동가는 “살인적인 날씨에 꽉 막힌 차 안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고인을 생각하면 울분과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다”며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의 최대 희생자는 장애인 등 취약계층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경남청은 지난 18일부터 진교파출소를 대상으로 순찰 근무 준수 여부 등을 감찰 중이다. 또, A씨 정밀부검을 국과수에 의뢰하고, 그의 순찰차 탑승 경위 등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출처 : 소셜포커스(SocialFocus)(http://www.social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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