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비례대표 전무, 대안은?
장애인 비례대표 전무, 대안은?
당헌당규 명문화, 장애인 정치역량 강화 등 토론 활발
장애인 비례대표가 한 명도 없는 제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장애인 정치세력화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5월 10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열린 이번 아고라식 토론회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가 공동 주최했다. 에이블뉴스 백종환 대표가 사회를 맡았고, 장애계 대표 단체의 인사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당일 아고라는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중계됐고, 한국장총 페이스북이나 홈페이지에서 생생한 현장을 시청할 수 있었다.
장애계의 각개전투 반성
아고라는 ‘제20대 총선, 장애계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대한 각 토론자의 솔직한 대답으로 시작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 이종성 사무총장은 “이번 총선연대도 정책 연구와 공약 제안 등 많은 활동을 했다. 그러나 장애 대중의 열망을 져버렸던 지난 19대 총선의 후유증으로 비례대표 선출에 관해서는 합심하지 못했다. 그런 채로 장애계 인사들이 개개인의 활동 역량을 통해 진입하려다 보니 더 어려워졌다”고 평했다.
장총련 정지영 사무국장은 “19대 총선의 트라우마로 장애계는 각각 살아남는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 장애계가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벌인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정치권에서 한 자리만 상징적으로 부여하며 다툼을 조장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각 정당에서 비례대표에 대한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는지 의심스럽다”며 비례대표를 사회적 대의보다는 단순히 표로만 환산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 강완식 정책실장은 “각개전투의 패배다. 17, 18, 19대 연속 비례대표를 줬으니 또 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며 장애계의 반성을 촉구했다.
당헌·당규 비례대표 명문화 요구
이에 지장협 이종성 사무총장은 “장애계가 안일했던 점이 있지만, 반성만 하는 것은 장애계를 외면한 정치권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향후 총선연대는 20대 총선의 실패를 거울삼아 각 정당의 당헌·당규에 장애인 비례대표 선출을 제도적으로 명문화하는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사람사랑자립센터) 이상호 소장은 “장애인 비례대표 한명을 누굴 보내나 하는 소박한 논쟁은 그만하자”며 “장애인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만큼 장애인 비례의원도 10%를 요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장총련 정지영 사무국장은 “20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의석수 자체가 줄었다. 의석수가 줄 때 장총과 장총련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의제가 있을 시 사회 보편적인 연대 전략을 잘 세울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2의 의회정치대학 필요
한편 장총 이문희 사무차장은 “장애계에 다양한 역량을 보유한 인물은 많지만 이를 통합할 만한 리더가 부재하다. 장애계의 다양한 요구와 입장을 대변할 리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태곤 소장은 “장애인 리더는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 입장에 따라 벽을 만들지 않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람사랑자립센터 이상호 소장은 “정치권에서는 기존 비례대표 의원의 존재감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장애계에서는 양질의 선수를 보내야 한다”며 지장협에서 1998년부터 4년간 역량을 투여해 장애인 정치인을 길러냈던 의회정치대학을 예로 들었다. 이 소장은 “장애계에서 단순히 장애인 의원을 선출하는 것보다 만들어가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의 의견에 이어서 발언한 한시련 강완식 정책실장은 “월드컵도 4년 동안 준비하는데 왜 우리는 선거에 닥쳐서 논의하는가. 다음 총선을 준비하기 위한 장애인계 판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장총련 정지영 사무국장은 “장총과 장총련이 빠른 시일 내에 만나 힘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장애인 정치세력화를 위한 계획을 마련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장애인 비례의원이 한 명도 없는 20대 국회에서 앞으로 4년간 장애계 현안을 누구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함께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